시간에서의 이탈/정영진
나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시간을 빨아 먹기 위해
시간이 공급되는 줄을 배꼽에 달고
지구의 회전만큼만 공급되는 시간을 먹으며
내 몸을 불려 가는 중이었으나
드디어 엄마 배속을 나온 뒤에야
내가 먹은 시간 만큼 나에 배당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고
내 삶은 모래시계처럼 이미 기획된 것이었지만
만일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린 시간 만큼 재 공급받을 여력이 생긴다면
과거로의 회기는 나의 목표다
하지만 되돌려진 시간도 시간의 진행
결국 시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구나
시간아 제자리에 딱 멈출 수는 없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