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양은 주전자

정영진 2016. 5. 18. 17:36

양은 주전자 / 정영진

 

막걸리 냄새가 찌든 양조장에서

술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린 나에게 술맛을 가르친

 

달짝지근한 그 맛에 속아

한 모금씩 먹다가 다리가 후들거려도

절반 가까이 술이 모자라서

아빠에게 혼날까 봐 물을 채워도

모른 채 눈감아 준 고마운 주전자

 

한세대를 넘고 와서 지금도

선술집에 앉아 무랑한 안주에

고달픈 화상들 시중들고 있구나

사랑의 대포를 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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