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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

정영진 2012. 1. 8. 11:29

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

 

                       시/이학영

 

세계가 하나의 집안이라면

난 하늘같은 솥을 하나 걸겠어

한쪽 발은 히말라야 봉우리에 걸치고

다른 한쪽 발은 안데스 산줄기에 걸치고

그 커다란 솥단지에

산봉우리처럼 가득 하얀 쌀을 들이붓고

온 세상의 아이들더러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오라고 해서

따뜻한 불을 지펴 밥을 지으며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애들아

만약 우리들의 아버지가 하나라면

이 밥을 지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굶주리게 하겠니?

누구는 따뜻한 방에 재우고

누구는 길바닥이나 들판에서 추위에 떨게 하겠니?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쌀밥으로 배를 채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어느덧 쌔근쌔근 잠이 들 테지

하나의 집, 하나의 아버지를 꿈꾸며

내일도 어김없이 주어질

따뜻한 쌀밥을 꿈꾸며

안심하고 깊은 잠에 떨어질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