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정영진
일장기를 떼어 내고 태극기를 매달면서
벚꽃이 피던 자리에 무궁화 꽃이 피고 집니다
꽃이 피고 질 때마다 벌레 먹어 비참하게 쓰러집니다
매번 이렇다면은 누가 꽃이 되고 싶겠는지요
메마른 땅에서도 잘만 살아가는 꽃도 있다고 하지만
딸랑 나무만 심어 놓고 나 몰라라 한다면
썩은 지푸라기기로 새끼를 꼬아 절벽 오르기를 바라는 심보와 다를 게 없지요
일만 년의 질긴 끈 잘라 낼 곳 구분하기 쉽지는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튼튼한 밧줄을 동여매고 세상을 이끌 대한이여
모래땅에서도 아름답게 꽃 피울 거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