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을 보다
제일/정영진
늙다리 감나무와 한 무더기 철쭉나무를 이어
무당거미가 거미줄을 빙빙 둘러 함정을 파놓았는데
감 이파리가 걸려 대롱거린다
거미줄에 덩치 큰 벌레가 걸려야 약이 될 텐데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의 궁둥이 유난히 커 보이는 저녁
해는 막 서산에 머물고
세상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
그 속에 아등바등 사는 감잎들
살려달라 아우성치는지도 모른다
나도 거미처럼 헛것을 잡아 두지는 않았는지
오늘 밤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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