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알 수 없어요

정영진 2011. 1. 17. 00:03

알 수 없어요 /제일정영진

저 차갑고 선뜩한 것들이
허공에서 펑펑 쏟아질 때마다
어린 가슴이 통통 뛰었는지 알 수 없어요

하던 일도 팽개치고 두툼한 옷 챙겨 입고
저것들을 둘둘 말아 오뚝이를 만들고
큰 대자로 드러눕고 그 위를 뒹굴었는지 알 수 없어요

동지섣달 엄동설한 화롯불에 모여서
고구마, 가래떡, 쑥떡, 인절미 구워가며 밤을 하얗게 새고서는
흙마루에 쌓인 저것들 위에 소피로 숨구멍을 뻥하고 뚫었는지 알 수 없어요

지금 창밖에 눈 내리고
푸짐한 보쌈, 족발, 통닭, 피자보다
왜, 배고픈 그 시절이 그리운지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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