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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포도/이육사

정영진 2010. 10. 6. 15:23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감 상 : 풍요하고 평화로운 삶에의 소망을 노래. 청포도라는 소재의 신선한 감각과 선명한 색채 영상들이 잘 어울려서 작품 전체에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준다.

어 조 : 식민지하의 억압된 현실은 시인이 꿈꾸는 현실은 대립되고 있어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극복 의지가 담겨 있는 어조임

표현상의 특징

-시각적 이미지(이상적 세계를 구현하는 소재)

- 청색 : 청포도, 하늘, 푸른 바다, 청포

- 흰색 : 흰 돛 단 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

구 성 : 6연 각 2행 (내용상 3단락)

제1~2연 : 풍요로운 고향에 대한 정겨운 정서

- 청포도 : 전설이 풍성하게 연결되어 나오는 매체

제3~5연 :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고달픈 몸으로 돌아올 손님에 대한 기다림의 정서

- 그가 찾아올 그 날 : 억눌린 소망이 밝은 빛 아래 펼쳐지는 때

- 청포 입은 손님 : 어두운 역사 가운데 괴로움을 겪고 있는 이를 암시

제6연 : 손님을 맞을 마음가짐과 준비 자세

- 은쟁반, 모시 수건 : 화해로운 미래의 삶을 향한 '순결'한 소망

주 제 : 풍요하고 평화로운 삶에의 소망

출 전 : [문장](1939), 유고시집 [육사시집](1946)

 

민족적인 바탕이 순수한 시의 바탕이 되고, 시의 순수성이 민족의 현실과 결합하여 예술로서 승화되는 것이 육사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향토색 짙은 시와 순수성과 시적 인식이 뛰어난 육사의 대표적 서정시라는 평가와 함께, 민족의 수난을 채색하여 끈질긴 민족의 염원을 시화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를,청포도라는 사물에 대한 아름답고 신선한 작가의 감각을 표현한 서정시로 보느냐, 또는 청포도로서의 어떤 의미를 상징한 시로 해석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육사 시의 거의가 애국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음이 그 특색인 만큼, 이 작품처럼 순수한 감각적인 시에도 그의 특징인 애국적인 요소가 배어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도를 따먹는 것까지 조국 광복을 기다리는 사실과 결부시킨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어색한 노릇인 것 같다.따라서 청포도가 익는 7월에 찾아오는 청포 입은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의 흐뭇한 정서가 주조로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거기에는 청포 입은 손님이 암시하는 조국 광복에 대한 낭만적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공감이 서려 있다고 봄이 타당한 것 같다.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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