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 꽃, 외로워서 노란,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 밑에 저 혼자 피어 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 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예쁜 노란 별,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그리움의 꿀맛 같은,
너에게 꼭 한마디만
김상미 시인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외 8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세계사) 1993
"검은, 소나기떼" (세계사) 1997
"잡히지 않는 나비" (천년의 시작) 2003
산문집 1998년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생각하는 백성)
사랑시 모음집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오늘의 책) 2000
2003년 10월 9일 '오렌지' 외 4편으로 <박인환
문학상> 수상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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