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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리 단단하지 못한 송곳으로/이성복

정영진 2010. 10. 6. 14:33

그리 단단하지 못한 송곳으로

 

 

이성복 


 

   비는 그리 단단하지 못한 송곳으로 땅을 쪼으려 내려오다 바닥에 닿기 전에 드러눕는다 자해 공갈단이다 비는 길바닥에 윤활유 들이부은 듯 아스팔트 검은빛을 더욱 검게 한다 하늘에서 내려올 땐 무명 통치마였던 비는 아스팔트 바닥 위를 번칠거리며 흐르다가 하늘을 둘러싸는 여러 다발 탯줄이 된다 아, 오늘은 늙은 하늘이 질퍽하게 생리하는 날 누군가 간밤에 우주의 알집을 건드린 거다 아니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알집 두터운 벽이 스스로 깨져 무너져 쏟아지는 것이다

 

 

 

이성복 시인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성복 시인은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백일장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경기고교에 입학하여 당시 국어교사였던 시인 김원호를 통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때 《창작과 비평》에 실린 김수영의 시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971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황지우, 김석희, 정세용, 진형준 등과 친분을 쌓았고 1976년 복학하여 황지우 등과 교내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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