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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의 마을에 가서/고은
정영진
2010. 10. 6. 14:22
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고은 시인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문학』에 시 「봄밤의 말씀」 「눈길」 「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
1960년 첫시집 『피안감성』 간행.
이후 시·소설·수필·평론 등에 걸쳐 100여 권의 저서 간행.
1984년 『고은시전집』 간행.
1986년 『만인보』 간행 시작.
1987∼94년 서사시 『백두산』 간행.
1998년 시집 『속삭임』간행.
1999년 시집 『머나먼 길』간행 .
2002년 시선집 『어느 바람』(백낙청 엮음) 출간.
전세계 10여개 언어로 50여권의 시집, 시선집 간행.
미국 하바드대학 하바드옌칭 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 역임.
제3회 만해문학상, 제1회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등 수상.
현재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 회원(한국 대표).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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