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가는 동행 (새벽문학관)
<짧은 시 읽기(『投網圖』1969/『花史記』1975)>

시인
洪 海 里
그는
言寺의 持住
말을 빚는
比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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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投網圖』(1969)

소묘
시월의 달은 화장에 능하다
길은 멀리 트이고
이마엔 구름이 걷힌다
나들이 때마다 흩뿌리는 향내음
아아, 항아리빛 고려의 하늘.
- 시집『投網圖』(1969) |

뻐꾹새
송림 사잇길 이슬에 젖은 뻐꾹새 울음소리 청상과부 수절한처럼 칡넝쿨은 얽흐러지고 자귀나무 은은한 보랏빛 흔들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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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花史記』(1975)

거울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 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 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 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 시집『花史記』(1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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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伏
한낮 들녘 파아란 하늘 미루나무 이파리 환상의 구름장을 몰아다 등줄기에 쏟는 소나기 쏴아하아, 매미 소리여.
- 시집『花史記』(1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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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쓰는 이유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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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대낮 내 나른한 창문을 넘나드는 간간한 잠의 물결은 느슨한 은빛 수면에 햇살은 풀잎처럼 스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물결따라 반사한다 밝음 속에서도 스러지는 나의 잠 우리는 때때로 낮에도 절망한다.
- 시집『花史記』(1975) |

갯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 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 시집『花史記』(1975) | | |
출처 : 동해로 가는 동행 (새벽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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