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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공광규의 [애장터]

정영진 2010. 7. 24. 02:05

애장터
 - 공광규

입을 꼭 다문 아버지는
죽은 동생을 가마니에 둘둘 말아
앞산 돌밭에 가 당신의 가슴을 아주 눌러놓고 오고

실성한 어머니는 며칠 밤낮을
구구 울며 마을 논밭을 맨발로 쏘다녔다

비가 오는 날마다
누군가 밖에서 구구구 젖을 구걸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누구유!"하며 방문을 열어 젖혔는데

그때마다 산비둘기 몇 마리가
젖은 마당에 상형문자를 찍어놓고 돌밭으로 날아갔다

어머니가 그걸 읽고 돌밭으로 가면
도라지꽃이 물방울을 매달고 피어 있었다


<다시올문학> 2008. 여름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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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가슴에 묻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저로서는

애장이라는 단어에도 가슴이 울먹해집니다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을 잊은 듯 살다가

길 지나는 노인네를 보고 불현듯 떠올린다는 이도 있고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사고로 잃은 딸 아이를 생각하는 이도 있데요

현충일을 맞아 잊혀지지 않은 죽음들을 생각해보렵니다

호국보훈의 의미도 새겨보면서...

출처 : 이효경시인의 뜰
글쓴이 : 덕당 류창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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