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정연숙*♣*
넉넉한 겨울될까
한 목숨 저무는 그날까지
눈물을 쏟고
식구들의 겨울 양식을 걱정했네
싸리 울타리
낮은 처마 밑
그 겨울 매운 바람 속에서
틀 속에 갇힌
발 묶인 청춘아
흔적없이 날아가 버린 혼
부서지는 시래기가 아니야
한 꺼풀 한 꺼풀 느슨히 풀고
싱싱한 잎으로 피어나고 싶은
아직은 푸르른 날
허기진 꿈들이 살아있어
한 겨울 내내 추위에 떨며
바짝 마른 몸으로
눈 뜨는 떡잎 하나
둥굴게 둥굴게 잎사귀 말고
흙벽에 매달려 울부짖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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