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정연숙
휘청거리는 날
추운 가슴
귀 열고 언 몸 부벼도
오고 가는 길이 막혀
왈칵 눈물 나누나
가슴팍을 휘젓고
빈 하늘 떠돌던 마음
손사래 쳐도 함성을 내지르며
무수한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돌아 보면
바람드는 날
어디 하루 이틀이었을까
움츠린 마른 풀잎
언 땅속에 엎드려
여리디 여린 속잎 떨며
내 안에 피어날 때
먼 하늘 넘나드는
목메도록 그리운
아린 날들
저만치 아득한 바람소리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북받치는 설움 씻어 줄
젖은 눈빛
앙가슴에 내려꽂히며
깊은 겨울잠을 깨우는 날은
뒤따라 온 발자국
그 자리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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