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새/정연숙
삶의 언저리 스치는 옷깃마다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
제 자리에서 맴돌다
허공만 가르는
가시박힌 긴 세월
길 잃은 새 한 마리
길가에 쓰러져 누운
나뭇가지에 푸드득 내려앉아
먼 허공을 올려다 본다
재 넘어 마을에는
어린 송아지 어미 찾는 소리
버거운 짐 벗어 던지고
영원히 머물 곳을 찾아
나의 종착역은 어디쯤일까
뿌연 안개로 가려진
이정표 없는 길
낯선 이방인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사는 풀꽃처럼
파란 하늘 그리워 우는 산새처럼
푸른 언덕에서 살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