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노래/정연숙
이 산 저 산 굽이 굽이 골짜기마다
지긋이 숨죽이고
어쩌지 못하는 마음
숨가쁘게 타들어 가겠네
불타는 가을산
나 혼자 숨막히게 바라보다가
엷은 가을 햇살 다녀간
산허리에 붉은 가슴을 담았네
울며 떠나가는 마음이라면
빈 가슴 날려보내련만
온몸이 타는 줄 모르고
잎마다 이토록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진정 가슴 깊이 사랑하고 싶은
사랑하는 마음이어라
멀리 깊은 산 속
알게 모르게 사랑이 깊어가고
썰렁한 찬기운이 옷깃에 스며들면
싸늘한 가슴을 덮고
낙엽은 또 지고
누군가 살포시 밟고 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