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나무/정연숙 ♡
늦가을 오후
오솔길을 들어서면
산비탈에 서 있는 단풍나무
목마름으로 타는 기다림
아픔조차 아름답다
골짜기에 꽃들이 피고
산길을 걷는 사람들
아프게 가지를 꺾을 때에도
여전히 고운 저 나무는
자신을 스스로 까맣게 태우고
끝없이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인가
숲속에 홀로 누운 밤이면
숲속 외길을 찾아와
살랑살랑 이파리를 흔들어
여린 가지 어루만져 주던 바람에게
티없는 영혼을 다 주고
하루 밤새 하얗게 서리가 내리면
슬픔을 이기지 못해
파르르 온몸을 떨며
그 슬픔 어이하리
한 겨울을 지나는 동안
싸늘한 죽음이 덮쳐와
마지막 순간
고이 잠들 때까지
불타는 눈빛으로 사랑하련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