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정연숙
바람 따라 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어진
외딴 산비탈 빈집에는
흙담 바람벽에 기대어
제 키를 쭉쭉 뻗으며
코스모스는 한사코 피어있고
풀숲에는 가슴을 한껏 풀어놓고
남몰래 추억을 만들며
귀뚜라미는 일상처럼
또 그렇게 울고 있다
말간 하늘을 담고
마음 들뜬 온갖 것들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오늘도 내일도
익어가는 그리움을 어이하리
돌아다 보니
그리움이 별처럼 묻어나는
중천에 만월이 뜨는 하얀 밤
비바람에 쓰러진 풀들
달빛을 베어 물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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