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붉은 우체통

정영진 2010. 4. 2. 13:22


붉은 우체통/정연숙
가끔 슈퍼 앞을 지나가면
벽에 붙어있는 붉은 우체통
그 많던 말들 꿀꺽꿀꺽 삼키며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녹슬어 가고 있다
하얀 설레임으로
내가 얼굴 붉힌 꽃이었을 때
길을 걷던 이 자리에서
저 우체통은 두런두런 속삭이며
하얗게 피어나는 사랑이었고
주렁주렁 열린 추억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 질 수 없는
텅빈 마음 속에 
진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까
아득한 길들
그 많던 추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련하다
길을 가다 어쩌다 쳐다 본
담벼락 귀퉁이 낡은 우체통 
허기진 가슴으로 울음조차 울지 못하는
삭아가는 몸속은 지금 
벌겋게 불타고 있으리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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