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2010. 4. 2. 09:27
소소 정연숙 | 조회 48 | 09.12.13 06:08 http://cafe.daum.net/monica500/Dsud/871 

 

 

눈보라/정연숙



어디 갈데 없는 마음
외로운 눈발로 흩날리더니
며칠째 앞을 분간 못하도록
난데없이 눈보라가 들여닥치는 날은
희미한 눈길
눈발 속에서 길을 찾아가다 보면
발자국도 지워지고
길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질척거리며 겨울비 내리는
다음 날 아침이면 빙판이 되어
언채로 길 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고
벌러덩 자빠지기도 하고
떼굴떼굴 뒹굴기도 하고
세찬 눈보라 속에서
한 치의 앞도 모르는
눈길을 얼마나 걸어왔을까

아직도 갈길은 멀고
너무 많이 걸어 와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다림에 지친 영혼이여
아랫목에 따뜻한 이불을 펴놓고
손꼽아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들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네

눈 내리는 언덕 위
아스라히 사라진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