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강가에서/정연숙
오늘도
내일도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제는 그 아쉬움 마저도
못잊는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세월은 조용히 빠져나가
외로운 나이가 되어
무작정 길 나서면
닿을 듯 닿을 듯 스쳐지나가는 인연
뿌옇게 흐려진 눈으로
흰 눈송이 머리에 얹고
그만 쓸쓸해져 가슴이 젖습니다
눈 감고도 익숙하게 오가던 길
밤 이슥토록 외로운 등불을 매달아 놓고 기다리는
강 건너 저쪽 산 너머
저녁 불빛이 그립습니다
저무는 강가에서
그리움이 깊을 수록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 위에
하얀 종이배를 띄우고
지나간 그리운 것들
하나 둘 머리에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