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정연숙
베란다 문 앞에
송진처럼 찐뜩찐뜩한
질긴 목숨 하나 매달고
뜨끔뜨끔 상처가 깊어진
구부정한 늙은 소나무
힘겹게 제 목숨 지키기기 위해
철사줄에 붙들어 맨 가지 풀고
단숨에 햇살 한 줌
입안에 톡톡 털어
꽃가지에 눈틀 수 있을까
섣달 추위에도 끄떡없더니
바람 한번 맞받아 치지 못한 채
왼쪽으로 쓰러지고
수액은 모조리 빠져나간
삐걱이는 관절마다
시린 바람소리가 난다고
얼마나 숨차게 달려왔으면
어질어질 휘청휘청
말수가 점점 많아지고
먼 발치에서 슬슬 뒤따라 가다 보면
빈 의자에 덜썩 주저앉아
뒤돌아 보시는
낯선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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