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정연숙
밋밋한 콘크리트 벽에
새달력 하나 걸어둘까
대못 하나 박으려다
벽에 부딪쳐 비딱하게 들어가다 만
헛돌고 구부러진 대못 하나
아픔없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슬아슬 뚫고 들어가기도 어려운
세상일이 그랬듯이
균형있게 눈 맞추고
더 깊이 깊이
망치 한번 내릴 칠 때마다
명치 끝이 띵하게 아프다는
어쩌다 가슴에 박힌 못이
하도 많고 많아서
어디론가 튕겨져 나가
예순 넘은 어머니 가슴에는
빗나간 상흔만 남아있다
녹슨 못 하나 들고
어두운 벽 속에 갇혀
몇달 동안 치매앓고 누워있던 어머니
벽 밖에는 아직 못 박을 자리가 남아
반짝반짝 빛나는 못
제자리를 찾아갈 때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