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정연숙
무성한 숲 그늘이 좋아
한 번도 세상밖으로 날아든 적 없어도
푸른 날에는 푸르름 속에서
지저귐만으로 행복하다던
산 속의 날새 한 마리
긴 가지 흔들어 놓고
여운은 오래오래 남아 있네
세월을 안고 흐르는
산골짜기 물소리
순하게 그리 사노라면
멀리서 가까이서
뒷산에 꿩소리 들리겠지
오월의 바람 속
햇빛을 마시고
넓은 잎사귀를 키워
언제 찾아가도
가슴 한 켠 서늘한 여름 숲이 되어
기다림 없이는
풀 한 포기 키우지 못하는
만남의 길 위에서
젖은 마음 내려놓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며
죽도록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