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젖은 신발

정영진 2010. 4. 1. 23:37

젖은 신발/정연숙 
덧없는 세월과 함께
얼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발바닥이 뜨겁도록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헤진 신발을 끌고 절룩거리며 
길을 헤매는 동안
닳고 닳아서 헐렁해진 신발들
문득 거리를 나서면
아득한 사람들의 발소리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흘러갔을까
무수히 돌멩이에 채인 발끝
관절마다 삐그덕 소리를 내고 
몸 구석구석 아픈 곳이 많아졌다 
세월은 강을 이루고 
아직 발자국 소리 들리는데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돌아보지 마라
잃을 것 하나 없는 
한 생애가 말없이 흐른다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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