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노인과 연탄2017년산

정영진 2018. 7. 30. 11:46

노인과 연탄2017년산/정영진
      
연탄을
구석에 차곡차곡 쌓는
배달 아저씨 얼굴이 시커먹게 이쁜

까만 가루가 바닥에 툭 떨어지면
껌장 치울일이 귀찮기도 하지만
올 겨울 연탄 높이만큼 행복해라 

공불이 타는 것이 아까워
불구멍 열어두기가 두려운
연탄이 따숩기는 하다고
난로 위에 손을 부비며
거들먹거리는 사람

연탄 만큼이나 지난 삶이
슝슝 바람구멍이 났더라도
불달면 뜨거운 가슴 아니더냐

한켠에 우둑하니 서 있는 연탄재를 바라보며
그래도 인생은 살만 한거여
자꾸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허연 머리털이 자꾸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