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요즘 사는 것이 꼭

정영진 2016. 8. 26. 21:57

요즘 사는 것이 꼭 / 정영진

 

요즘 사는 것이 꼭

거미가 살려고

동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닌

북쪽을 바라보며 거미줄을 걸치듯이

우리 집 거미도

향나무와 향나무 사이에다

가로세로 밑줄을 지르고

동그라미를 빙 두르더니

그물 채를 만들어 먹이를 구하는데

지나가던 먹잇감이 걸리면 달려들어 먹고

한쪽 구석에 먹이를 똘똘 말아 놓기도 하고

그러다 비라도 우우 내리면

누가 귀찮다고 거두면 끝장나는
아 허망한 살림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