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콩국수 한 그릇
정영진
2016. 7. 17. 11:18
콩국수 한 그릇 / 정영진
고부 두승산 뒤편
덕천사거리
여름에만 문을 여는
웰빙 국숫집에는
자리가 나올 때까지
늘어 선 사람들
주방에는 뽕잎 닮은
푸른 면발들이
나 대신 끓는 솥에서
벌을 받다가
어름 콩물에서
몸을 불릴 틈도 없이
날씨를 원망하는 입들에게
입안 가득 보복을 당한다
나도 얼른 자리 잡고 앉아
한 그릇 뚝딱 두드리면
올여름 맺힌 더위가
후루룩 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