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초대시와 글 [스크랩] 부위별로 팔아요 / 황희순 정영진 2016. 6. 2. 10:13 부위별로 팔아요 황희순 나를 사가세요. 부위별로 팝니다. 흐벅지진 않지만 오십여 년 숙성된 살이 말랑말랑할 거예요. 세상을 휘젓고 다닌 팔과 다리는 좀 싸게 팔아요. 엉덩이에 난 바람구멍은 살짝 도려내고 드세요. 가슴에 영영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들지도 몰라 요. 젖가슴과 허벅지는 할인되지 않아요. 입술은 혀를 끼워 팝니다. 혀 없는 입술은 좀 싱거울 테니까요. 갈비뼈 사이엔 아팠던 흔적이 사리처럼 끼어있을 거예요. 약 이라 생각하고 꼭꼭 씹어 드세요. 간장은 다 녹아 못쓰게 됐을 거예요. 진창 도 풍덩풍덩 밟았던 발과 아무나 덥석덥석 잡았던 손이 문제군요. 아랫도리를 통째로 사가면 손은 덤으로 드릴게요. 잠 안 오는 밤 혹시 위안이 될지 모르니까요. 발은 팔지 않을래요. 갈 곳이 있거든요.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껍 질은 살살 벗기세요. 입맛에 맞게 회를 뜨든지 탄력이 없다 싶으면 소금구이해 드세요. 뼈는 잘 고아 조금씩 마셔요. 뼛속 깊이 사무쳤던 일 많아 독이 있을지 몰라요. 아, 당신이군요. 어떤 부위를 잘라드릴까요. ☆ 이쁜글귀좋은글감동글영상시낭송시한국베스트명시 ☆ 출처 : 열 린 바 다글쓴이 : null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