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2016. 5. 18. 17:18
빗물
정영진
처음부터 빗물은
작은 알갱이가 아니었다
바다를 누비는 파도의 일부였다
내리쬐는 햇볕에 그을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바람이 부는 데로 흔들리다가
어떨 때는 바위를 훓어도 보고
커다란 나무 둥치에 감겨도 보고
구름 속에 머물러도 보며 바다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모래 폭풍이 살 속을 파고들었다
가벼웠던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힘이 천둥을 동반하여 땅 아래로 내몰았다
쪼개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