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7월을 보내며
정영진
2012. 7. 25. 00:08
7월을 보내며
정영진
나는 일 년 삼백육십오 일이 빡빡하게 담긴
열두 상자 중에서 여섯 상자를 다 먹고
일곱 번째 상자를 열고 스물두 번째 봉지를 뒤져 먹는 중이다
바삭거리는 봉지를 색깔별로 쳐다보고,
건성으로 먹고 버린 봉지들을 세어 보고,
불볕더위 속 매미 울음 같은 내가 먹은 봉지 속 알맹이를 세면서
첫 상자를 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도 더 먹었네 하고
딱 꼬집어 내놓을 일 없이 먹다 버려진 비릿한 부스러기를 보고 맘 아파하고
해마다 일곱 번째 상자를 소화하기 어려웠지만, 열두 번째 상자보다는 덜 힘들었지 싶은데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내 뱃속을 들여다보며
단 한 번 주어진 봉지 속 알맹이를 꼭꼭 씹어 먹을 걸 후회하며
개봉되지 않은 봉지는 씁쓸하게는 먹지 않겠다고 상자를 뒤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