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2012. 7. 2. 16:03

다리 밑

 

                     정영진

 

나 어디서 생겼어? 하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던

어릴 적 들었던 농담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여름만 되면 다리 밑은 왁짝찌걸

상판 위를 자동차가 쌩쌩 달려도 다리 밑은 끄떡없다

쏘는 듯한 태양도 다리 밑은 침범할 수 없고

들판을 훑는 소나기도 흙탕물로 발밑을 흐릴 뿐이다

 

다리 밑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공간,

미처 못 잔 잠을 채우는 자궁 같은 곳

발 쭉 뻗고 화투를 두드려도 말릴 사람은 없다

이번 휴가에 다리 밑을 찾을 사람들

나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사람들이 틀림없다

 

엄마의 다리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충전만 하고 떠나버리니

그들이 떠나버린 빈자리가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