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퇴고중

하루에 감사하는 날

정영진 2011. 11. 21. 15:35

 

하루에 감사하는 날 /정영진 

 

하루는 스물네 시간을 쪼개어 온 힘을 다하며 스스로 돌아야 한다.
아침 해를 아름답게 떠올리는 수고를 반복하지만

하루의 수고를 생각하지 않고 해의 수고로 생각하기 일쑤다.

 

정월 초하루만큼은 해가 신성하고 장엄한 면모를 보이도록 치장하는 모습이 더욱 역력하다.

아침과 저녁이라는 편을 갈라놓고 아침이라는 일상에 시공간을 창출하지만
날씨에 따라 하는 일들이 거의 정해진다.
그만큼 날씨는 하루에 끼치는 영향이 큰 손님이다.
그날의 분위기조성도 놀러 온 날씨하고 타협하여 맞춰 나가야 한다.
바람도 만들어야 하고 비도 만들어야 하며 구름은 바람의 힘을 빌려 옮겨본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연출은 날씨의 기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로 해 떠올리기 전에 가름이 난다. 

철 따라 그에 상응해서 연출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지만

어떨 땐 실수도 한다. 며칠 전 눈 내리는 것은 하루의 실수다.

특히 무엇이 언짢을 땐 그 기분이 며칠 몇 달도 가고 마는 일 년의 네 번은

홍역을 치른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하루는 저녁이 되면 더 바쁘다. 늘 술꾼들의 술 마시는 기분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노을빛에 연인들을 혹하게 하는 몫도 밤하늘 별들을 모아서 여기저기 꾸미는 것도

낮에 구름 속을 떠다니는 달을 밤하늘에 환하게 떠오르게 하는 것도

하루의 일 과중 하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휴식을 요청한 적도 없다.  

어둠을 몰고 와 정적이 감싸는 밤중도 하루가 쉬고자 해서가 아니다.

밤에는 하루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전깃불이라는 밝은 것을 만들어 저항하는 우리가 억지다.

지금까지 해를 향해서 스스로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수고를 알면서도

이제껏 한 번도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지 못하고 당연지사로 하루를 맞았지만

오늘은 매일 값없이 주어지는 하루에 감사드리는 날로 하고 싶다.

 

너무도 공평하게 온갖 만물에 아낌없이 주어지는 하루란 개념이 진정한 사랑의 정신이 아닐까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이유도 되지 싶네요.

 

*지구 자전 속도 : ( 477미터 /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