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퇴고중
가을은 가는데
정영진
2011. 11. 19. 00:15
가을은 가는데
제일/정영진
문득 벽을 바라보다
달력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허우적대다가 정초에 떠오른 해를 붙들었는지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데
내 뒤를 따라오는 것들
백호처럼 포효하고 싶던 마음, 작은 바람들,
지나온 날들이 지렁이처럼 꿈틀댄다
으스러지도록 안고 싶던 그 향기도,
뜨거웠던 여름날의 땀도,
단풍들 즐거운 비명도 책갈피 속에 머물고
창밖에 내리는 비, 포도 위를 뒹구는 낙엽들
지금 가을이 저무는 것이다
오늘만큼은 나도 뒹굴고 싶다
아니, 사랑하고 싶다
문득 벽을 바라보다
달력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허우적대다가 정초에 떠오른 해를 붙들었는지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데
내 뒤를 따라오는 것들
백호처럼 포효하고 싶던 마음, 작은 바람들,
지난날들이 지렁이처럼 꿈틀댄다
지금은 9월의 초입
포도 위를 뒹구는 이파리들
가을은 온 것이다
오늘만큼은 나도 뒹굴고 싶다
아니,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