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군고구마를 먹다가/정영진

정영진 2011. 11. 17. 12:14

군고구마를 먹다가/정영진

 

군고구마를 먹으려 껍질을 벗기니

노란 색깔이 맛깔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내 삶의 줄기 같은 저도 꿈도 청춘도 있을 터인데

깜깜한 땅속에서 살다가 인생 펴보지도 못하고

나한테 잡혀와서 한목숨 기꺼이 내어준다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한데

인정사정없이 덥석 베어 물다

앗 뜨거워 입천장을 데고 말았다

한순간에 요깃거리로 전락해

인생 절반이 달아난다 생각했는데

뜨겁게 저항하는 것을 보다가

나도 절반은 꺾인 몸

남아 있는 삶은

고구마처럼 뜨겁게 달궈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