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먹다 버린 고구마
정영진
2011. 11. 17. 11:55
먹다 버린 고구마
제일/정영진
먹다 남은 고구마가 썩은 듯해서
흙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 위에 던져뒀더니
아직 살아 있다고 반항하듯
탯줄 같은 줄기 위에 파란 눈을 치켜뜨고 나를 쳐다본다
괜히 버렸나 아니, 미안하기도 해서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왜 그랬냐? 따지듯 이파리가 시들 해졌다
아냐 지금은 갓 이사해서 어리둥절 한 거야
내가 나를 위안하면서 어린 순을 바라보다
세상의 모든 것들 다 자기 살아가는 방식이 있어
그냥 그대로 두어야 잘 될 것 같다는 이런저런 생각에
좋아한다고, 귀엽다고, 예쁘다고
새장에, 우리에, 화분에 가둬 두고 보는 것
아니다 아니다 생각하며 원래 있던 대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