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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돌의 행복

정영진 2011. 11. 17. 02:36

 

징검다리 돌의 행복

 

                                제일/정영진

 

 

나는 이리저리 떠돌이로 지내다가

이 바닥에 굴러온 지 꽤 되었지요

생김새나 성품이 모가 나서 쓸모없었는지

처음엔 아무도 쳐다보지 않더라고요  

 

어쩌다 등짐 일을 맡아 한껏 등을 내어주다 보니

등이 헤어질수록 점점 얼굴도 좋아지고

믿음직해졌다고 여러 사람이 칭찬하니 살맛이 납니다

 

가끔은 아이들과 물장구 치며 놀기도 하고,

술 냄새 풍기는 아저씨는 떠밀어 버리기도 하고, 

서로 협력하여 오가는 이를 도울 수 있더라고요

 

산다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맡은 바를 열심히 하다 보니

우중충하고 험한 모습 때 벗어지고 광나는 일

비단 나만 그렇겠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