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2011. 11. 17. 02:27

고추밭에서/정영진(만화 페러디)

 

밭 이랑을 곱게도 이뤄 놓고

각목을 세워 두고 나이론 줄 둘러맨

고추나무에 고추가 주렁주렁

 

어릴 적 평상에 앉아

막 길러온 우물물에 보리밥 말아 먹던

된장에 아삭거리던 고추는 어디 가고

빨간 고추들만 덜렁덜렁

 

이집 고추가 길 건너 김씨 아저씨 텃밭보다 크고 실한 것은

동네에서 제일 얌전하다던 예쁜이

보름달 떠오를 때마다 고추밭 속을 알몸으로 달렸다는 뜬소문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