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2011. 11. 17. 02:14

 

한낮의 연주 

                                제일/정영진

 

정읍사 앞산 오르다

정경부인 묘소 지나며

흐르는 땀 씻고 시선 머문다

 

쏘는 듯한 태양

건반 같은 아카시아 이파리에 손 얹는다

밤이라면 월광 소나타가 어울렸으리라  

 

불어오는 바람

이파리 흔들 때마다 연주에 취해

호흡은 더 빨라지고

멀대 처럼 서 있던 소나무 귀 쫑긋

발밑 초목들도 덩달아 신명 났다

 

뻐꾸기 뻐꾹하고 쉼표 찍자

순간, 연주는 끝나고

노래하던 새들도 그제야 숨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