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간 자리에는/정연숙
계절이 지나는 길가에서
햇살의 느낌만으로도 좋았는데
푸르름이 사라진 들길 산길에는
헛헛한 빈가슴 드러내고
깊은 상념에 잠기고 있습니다
기쁨을 내지르던
빛깔 고운 단풍들
제 빛깔을 잃어버리고
삶의 흔적들을 지우고 있습니다
꿈결인 양 한번 스쳐간
그리움의 숨결
가슴에 다 담아두고
억새풀의 흰머리카락 손을 흔들며
계절을 돌려주고 떠나갑니다
아름다운 한 시절이 가고
내년에도 무성하고 시들지 않은
여름 나무를 볼 수 있을까
그리운 사람들
잊혀진 날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