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독백/정연숙
모르는 산길에 접어 들어
더듬으며 산 언덕을 오르다
머언 발소리 들릴 때
가을의 소리를 엿듣는다
버티고 있던 마음 하나
그 마저도 흔들리면
마른 입술 적시며
젖은 입술 삼키며
한번쯤 사랑하고 싶은
가을은 너무 뜨겁다
그리움의 옷을 갈아 입고
가을이 왔다고
귀띔해 주는 바람
여름내내 지치도록 핀 꽃들
와르르 쏟아지는 맘 뿐이라고
갈잎 서걱이는 계절
가을이 오고도
눈물지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시간도
우리가 매달리는 이 생명도
언젠가 모두 떠날 것을
삶도 그러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