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초대시와 글

[스크랩]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정영진 2010. 10. 6. 15:25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이근배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자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같이 덜그럭거리며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팔고 있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늘 내가 되어 주던
산을 나는 잃어버렸다
내가 들르는 술집 어디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 시집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문학세계사) 중에서



<시 해설>
공자가 이르기를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 했다. 높고 어려운 경지이긴 하나 산과 물을 좋아하는 것이 현자(賢者)에
한하겠는가? 이름 없는 범부라도 자기 마음 속 심처에 흰눈을 얹은 영산(靈山) 하나쯤
가지고 있을 터. 저마다 그 힘으로 사는 게 틀림없다. 그 영산 발꿈치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하나쯤 없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 영산을 잊고 산다.
자잘한 일상에 묻혀 근시가 되어가다 마침내 저 산을 아주 놓치게 된다면,
두려운 일이다. 그 산과 내가 둘이겠는가.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내 안의 영산을 올라야 할 것이다.
- 반칠환 시인 2004년 5월 14일[동아일보]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그 해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펴냄
196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196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196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시조가 당선되는 등
신춘문예 5관왕의 신화를 만듬
1963년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 시, 시조 2개 부문을 수상
1964년 시「노래여 노래여」로 문화공보부예술상 문학부 특상 수상
1964년 시 동인지 <신춘시(新春詩)> 동인에 참가하는 등 60년대 시단의 새 깃발을 듬
1967 도서출판 「중앙출판공사」초대 편집장
1973년 한국시조시인협회장 역임.
1976년 <한국문학> 주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역임
월간 <한국문학>발행인 겸 주간, 계간 <민족과 문학>주간을 역임
한국문학작가상, 중앙시조대상, 육당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1984년 1月~12月까지 한국일보에 장편서사시 <한강> 연재 출판함.
현재 재능대학 교수, 재능시낭송협회 고문
서울예술전문대학.추계예술대학.중앙대학교 등에서 시창작 강의중
시집으로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시조집 <동해 바닷 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장편서사시집 <한강(漢江)>,
수필집 <시가 있는 국토기행 1>, <시가 있는 국토기행 2> 등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