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초대시와 글

[스크랩] 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

정영진 2010. 10. 6. 15:25
가난한 사랑의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모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1936 충북 중원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5 <<문학예술>>에 시 <낮달>을 추천받아 등단
1973 시집 <<농무>>로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남한강>, <우리들의 북>, <가난한 사랑노래>
수필집 <진실의 말 자유의 말>, <민요기행 1~2> 등 다수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