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오월/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벋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황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체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 [盧天命, 1912.~1957.]
황해도 장연(長淵)에서 태어났다. 진명학교(進明學校)를
거쳐, 이화여전(梨花女專)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화여전을 다닐 때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 졸업 후에는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每日申報)》 기자를 지냈고, 1941년부터 1944년까지 대동아전쟁을 찬양하는 친일 작품들을 남겼다. 8·15광복 뒤에는 《서울신문》
《부녀신문》에 근무하였다. 6·25전쟁 때는 미처 피난하지 못하여 문학가동맹에 가담한 죄로 부역 혐의를 받고 일시 투옥되기도
하였다.
이화여전 재학 때인 1932년에 시 《밤의 찬미(讚美)》 《포구(浦口)의 밤》 등을 발표하였고, 그후 《눈 오는 밤》 《사슴처럼》 《망향(望鄕)》 등 주로 애틋한 향수를 노래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1938년 초기의 작품 49편을 수록한 제1시집 《산호림(珊湖林)》을 출간하였다. 1945년 2월에 제2시집 《창변(窓邊)》을 출간하였는데, 여기에는 향토적 소재를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노래한 《남사당(男寺黨)》 《춘향》 《푸른 5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3시집 《별을 쳐다보며》(1953)에는 부역 혐의로 수감되었을 때의 옥중시와 출감 후의 착잡한 심정을 노래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밖에 수필집으로 《산딸기》 《나의 생활백서(生活白書)》 등이 있다. 널리 애송된 그의 대표작 《사슴》으로 인하여 ‘사슴의 시인’으로 애칭되었다. 친일 작품으로는 《싱가폴 함락》 《부인 근로대》 《님의 부르심을 받고》 《군신송》 등의 시와 르포인 《여인연성》 등이 알려져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