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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구나무 아래/강인한
정영진
2010. 10. 6. 15:21

살구나무 아래
강인한
살구나무 한 주가 탱자울타리 안에 서서
연년생으로 아이 셋을 낳고
그 집을 떠날 때까지
우리 식구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아침마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지
그리고 어느새 봄이 가는지도 모르게
도랑물에 귀를 적시고
문 밖에서 보리가 익어갈
때
스스스 바람소리를 내며
보리까시락은 아기 업은 아내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싶어하였다
낮은
굴뚝에서 삭정이를 때는 굴풋한 연기
마당에 구름처럼 퍼지는
가을 해거름이 나는 좋았는데
사르락사르락
격자문의 창호지에
깊은 밤 눈발이 부딪는 소리를 손에 쥔 채
젖먹이를 안고 잠든 아내는 왕후의 꿈을
꾸었다.
본명 강동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등학교, 전북대학교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2년 전남문학상
시집으로
<異常氣候>, <불꽃>, <全羅道詩人>,
<우리 나라 날씨>, <칼레의 시 민들>,
<황홀한 물살> 등
신춘시 동인(16집~19집), 목요시 동인,
현재 원탁시 동인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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