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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복효근
정영진
2010. 10. 6. 15:16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복효근
눈이 뿌리기 시작하자
나는 콩나물국밥집에서 혼자 앉아
국밥을
먹는다 입을 데는 줄도 모르고
시들어버린 악보 같은 노란 콩나물 건더기를 밀어넣으며
이제 아무도 그립지도 않을 나인데
낼모레면
내 나이가 사십이고
밖엔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돈을 빌려달라는 놈이라도 만났으면 싶기도 해서
다만 나는 콩나물이 덜 익어
비릿하다고 투정할 뿐인데
자꾸 눈이 내리고
탕진해버린 시간들을 보상하라고
먼 데서 오는 빚쟁이처럼
가슴 후비며 어쩌자고
눈은 내리고
국밥 한 그릇이 희망일 수 있었던,
술이 깨고 술 속이 풀려야 할 이유가 있던
그 아픈 푸른 시간들이 다시 오는
것이냐
눈송이 몇 개가 불을 지펴놓는
새벽 콩나물국밥집에서 풋눈을 맞던 기억으로
다시 울 수 있을까 다시 그
설레임으로
심장은 뛸 수 있을까 사십에
그까짓 눈에 속아
입천장을 데어가며 시든 콩나물 악보를 밀어넣는다
사진 - 네이버 포토앨범
복효근 시인
1962 전북 남원 출생
1988 전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1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수상하며 등단
1995 제5회 편운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시와시학사 1933
<버마재비 사랑> 시와시학사 1996 <새에 대한 반성문> 시와시학사 2000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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