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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누락/강인한
정영진
2010. 10. 6. 15:00
누락
강인한
어디서 빠져나왔을까
아침에 방을
쓸다가 빗자루에 걸려
뒹구는 나사 하나
주방에서 발견된 쇠붙이
팥알만큼 작지만
아무래도 위험한 누락
전기밥솥의 수상한 밑창에도
싱크대의 경첩에도
빠진 구멍이 없는데
누가 나를
찾았을까
내가
외출하고 없는 동안
빈 아파트에서 울렸을 전화벨 소리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시간에
나는 빠져나왔을까
시내버스에 앉아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껄껄거리는
낯선 사내의 뒤꼭지를 보다가
문득 퓨즈가 나가버린
내 기억의 나사 하나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엘리 나의 하느님

강인한(姜寅翰) 시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같은 해 5월 공보부 신인예술상 시조 당선. 시집 『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가 있음. 37년간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004년 2월 명예퇴직.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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