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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소리를 꿈꾸다/이정록
정영진
2010. 10. 6. 14:56
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 끝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 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날갯죽지
세찬 바람에 가지를 휘몰아
제 몸을 후려치는 그의
종아리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 얼음장 밑 송사리들
버드나무의 실뿌리를 젖인 듯 머금고
그때마다 결이 환해지는
버드나무
촬촬, 물소리로 올 수 있다면
날개를 달아도 되나요? 슬몃 투정도 부리며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고 싶다
물오른
수컷이 되고 싶다

이정록 시인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혈거시대'당선
1994년
첫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문학동네
1996년 <풋사과의 주름살>문학과지성사
1999년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2001년 <제비꽃 여인숙> 민음사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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