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초대시와 글
[스크랩] 시간의 길손-2/김경민
정영진
2010. 10. 6. 14:49
시간의 길손· 2
김경민
역사(驛舍)는 어둠에 싸여있다
늘 갈곳을 망설이던 사람은
닫혀진 매표구 옆에 길게 놓여있는
나무의자에 술에 취해
누워있다
그를 두고 그의 꿈은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반딧불처럼 멀리 떠다니는
마을의 불빛은 너무 아득해
마치 이승의 세계가 아닌 듯
사내가 살고있는 안개 속에서
잠시 나타나곤 사라지는 신비의 성채(城砦)같다
성채의
입구에서
그는 또 어디를 헤매는 것일까
어디로 가기 위해 이곳에 닿은 것일까
두 어깨에 피곤을 진 역무원이
역사의
외등을 끈다
대합실에서 잠시 멈칫하던 곤색 제복이
나무의자로 다가간다 잠시 후
불이 꺼지고 웅얼웅얼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내의 기척 위로
별들이 사다리처럼 내려온다

김경민 시인
1954년 서울 출생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한국문학에 <어둠의 집> < 회전> <계단위의 폐허>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시집 - <성 모독> 1993년
<붉은 십자가의 묘지> 1998년
시문화회관 대표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