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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 숙/김사인

정영진 2010. 10. 6. 14:33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200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김사인 시인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
1981년 '시와 경제'의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
1982 <<한국문학의 현단계>>에 평론 <지금 이곳에서의 시> 발표
제50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밤에 쓰는 편지>(청사)

동덕여대 인문학부 문예창작전공 교수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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